곰의 연애


매리엇




6

 

엠티는 솔직히 귀찮은 게 반, 와보고 싶은 게 반이었다. 바로 제 룸메이트가 동아리 회장이 아니었다면 안 왔을 딱 그 정도. 솔직히 귀찮음이 조금 더 컸다. 동기 엠티를 한 번 가봤는데, 거기서 거기일 것 같기도 했고 종인의 취향은 꼭 아니었다. 다행히도 축구 동아리라고 해서 남자들만 바글바글한 시커먼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매니저라는 게 있어서, 생각보다 여자가 많았다. 그게 백현이 회장을 맡은 이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지원자가 늘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또 그걸 속없이 다 받은 것도 백현이었다. 와글와글 각자 떠드는 통에 오전 댓바람부터 잠도 못자고, 장도 이만큼 보고. 한 시도 입을 쉬지 않는 형들과 지나치게 활달한 누나들 사이에서 혼이 쏙 빠진 종인은 펜션에서 보내준 봉고차에 올라탈 쯤이 되자 불어터진 얼굴이 됐다. 졸려. 자고 싶어. 딱히 어리광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정확히는 제가 그만큼 익숙한 사람이 없어서티도 못 내고 꾸벅 졸다가 짐을 주섬주섬 들고 내리는데 차문 앞에 익숙한 얼굴이 서있다. 폴짝 뛰어내리려다 멈칫했다. 괜히 잠깐 얼굴이 화악 빨개졌다. 왜냐면 백현이 꼭 유치원버스에서 내리는 애기 받아주는 유치원선생님 같은 폼으로 서있어서. 읏쌰싱글벙글 웃고 있던 백현이 양손에서 짐을 덜어간다. 농구동아리랑, 야구동아리랑 같이 하는 거라서, 준비단인 백현은 조금 더 일찍 와있었다.

 

짐 드는 거 안 힘들었어?”

너무 무거워요. 그리구 왜케 우리 아침부터 모여요? 졸려….

 

저도 모르게 툴툴대는 말투가 술술 나왔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그가 그래쪄요? 하는 표정을 짓는다. 왜 어이구, 그랬어? 안하지. 아니 그러니까, 받아주는 사람 없으면 나도 안 하는데. 참을 줄 아는데. 이게 다,

 

쭝얼쭝얼 말을 하는데 입에 뭐가 쑥 들어온다.

 

뭐에요?”

까까.”

 

그러고는 씨익. 사방에서 변백현! 백현이형! 이 사람 저 사람 난리가 난 통에 대꾸할 새도 없이 어, ! 하고는 가버렸다. 얼떨결에 입안에 밀어 넣어진 걸 우물우물 씹었다. 초코맛 난다. 초코칩인가. 백현은 성격이 빨리빨리에다 몸도 재서 벌써 저어만큼 멀어져있었다. 맨날 붙어있었는데. 그럴 시간이 없네. 조금 아쉽다. 서운하다거나, 뭐 그렇단 건 아니고 그냥. 있다 없으니까? 항상 소원하다고 느끼기엔 너무 가까이 있어서, 충분히솔직히 지나칠 정도로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게 갑자기 새삼스러웠다. 그러니까, 변백현이 단지 제 룸메이트 형인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선배이기도, 친구이기도, 또 누군가에겐 남자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축구도 한 판 뛰고, 농구도 한 게임하고, 고기까지 구워먹는 동안 하루 종일 백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축구 뛸 때 잠깐 마주치긴 했지만 이 쪽 챙기랴 저 쪽 챙기랴 그가 너무 바빠서. 보는 사람마다 백현이형은? 하고 안부 삼아 묻긴 했지만 여기저기 적당히 잘 어울려서 놀았다. 그래도 그렇지. 코빼기도 안 보이고, 했는데 저기서 본다. 고기가 좀 들어가고, 술도 좀 들어가고 나자 불이 켜진 무대 위에 그가 있다. , 마이크를 톡톡 몇 번 두드리며 목을 가다듬고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잠깐만, 집중 좀 해주세요하고 운을 띄운다. 낮아진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리자 저마다 떠들던 테이블들이 꽤 조용해졌다. 사회를 보려나 했는데, 사회를 맡은 사람야구부 총무은 따로 있고, 노래를 부른다. 변백현이.

 

.”

 

되게 멋 부리는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담백한 노래를 골랐다. 성비는 얼추 맞았지만, 운동한답시고 하는 놈들이 득실한 이 분위기에서 저게 될까 싶었는데 꽤 집중력이 좋다.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다 어느 소절마다 눈을 살짝살짝 떴다. 슬쩍 웃는 얼굴에 주변에서 탄성이 쏟아진다.

 

못하는 게 뭐야. 진짜. 솔직히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 봤다. 축구한다고 했지, 노래를 잘 한다고는 안 했잖아. 저 망나니한테 저런 면이. 입을 벌리고 있는데 눈이 마주쳤다. 거리가 있어서 착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아닌 것 같다. 저를 본 게 맞았다. 찡긋, 하고 웃었으니까. 저 이지러지는 눈매는 제게 늘 습관처럼 귀여워, 라고 말할 때의 그 얼굴이다. 생각해보면 백현은 늘 저런 점이 있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어도, 제게 집중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내가 너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행동이나 눈빛.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왠지 언젠가 진짜 중요한 사람이 생긴다면 잘해줄 것 같다. 하지만.

 

주변을 슬쩍 돌아보니 벌써 매니저 여자애들의 눈에 꽉 찬 하트가 떴다. 종인은 뜨악한 표정을 했다. , 중증인데. 아니나 다를까, 몇몇 누나들아마도 이런 패턴이 익숙한은 변백현 저거 또,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게, 완전 이기적이다. 진지한 마음두 없다면서.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먹지도 못하는 감인데 그렇게 맛있어 보이면 어떡해요?

 

 

 

 

 

7

 

으악!”

 

한참 현재진행 중(?)에 들어온 게 아니라서 천만 다행이었다. , 하마터면 못 볼 꼴 볼 뻔했네. 순간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진짜 하마터면 봐버릴 뻔 했다. 백현이 트렁크만 입은 채 누워있었다. 물론 상의탈의 정도야 이미 몇 번은 봤고, 별루 일부러 보고 싶진 않거든요? 그렇게 조심하라고 해도 훌렁훌렁 하는 통에 면역이 될 법도 했다. 그런데,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똑같이 맨몸이고, 이불에 감싸여서 그렇지 드러난 다리가, 백현보다도 옷을 덜 입었다. 뭔가 간지러운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분명히 변백현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제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였다.

 

완전비매너.”

 

캐리어를 방에 들이지도 않고 문간에 서서 대놓고 쏘았더니 백현이 흠흠. 헛기침을 했다. 제가 갑자기 들어온 바람에 허둥지둥 일어난 그가 새집을 지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얗고 예쁘고, 좀 예민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백현이 아닌 다른 사람은 민망함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이블을 머리끝까지 신경질적으로 올리고 등을 돌렸다.

 

집에 내려간 거 아니었어?”

.”

말 하지. 짐 많은 거 알았으면 데리러 갔을 텐데.”

 

바리바리 들고 온 제 짐을 보며 축 늘어뜨리는 눈썹에 저도 모르게 투정할 뻔 했는데, 아니지. 아니 이게 아니고. 논점이 이게 아닌데 또 말릴 뻔 했다.

 

그거 아니잖아!”

 

 

왜 말 안 했냐면,”

 

백현은 잠깐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너랑 잘 지내고 싶으니까 그랬지.”

 

했다. 입을 삐죽거리며 어디 뭐라고 하나보자하고 팔짱을 끼고 있다 순하게 내리는 눈꼬리에 괜히 눈을 피했더니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이봐. 당장 어색해 하고.”

.”

속이려던 건 아냐. 미필적 고의라고 들어는 봤냐.”

 

미필적 고의 미필적 고의.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보다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 그럼 혹시설마 나한테 흑심! 그래서 귀엽다고 한 거야?!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몰랐는데 정말 웃기는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이런 상황이 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을 엑스자로 가리는 모양새가 되는 거였다. 그 꼴을 보고 기가 막힌 백현이 귀엽다는 듯 피식피식 웃는다. 그리곤 미처 움찔하기도 전에 손을 뻗어서 밤송이 같은 동그란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우쭈쭈.

 

걱정 붙들어 매세요사람이 기본이란 게 있지. 아무나 손대는 거 아니거든.”

 

어이가 없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람 헷갈리게 해놓고 이제 와서. , 아무나 안 건드린다니? 그럼 내가 아무나? 참나. 괜히 기분이 나쁜 것도 같은데, 꼭 저가 그럴 이윤 없고 이게 뭔가 싶은 거였다.

 

나름대로 그런 게 있거든요. 신사협정 같은 거.”

 

신사협정 같은 소리. 왠지 좀, 억울하다.

 

괜히 오해하게 하기 싫어서 그랬단다. 불편해질 거잖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아직은 거부감 갖는 사람이 많잖아, 그럴 수 있잖아. 조곤조곤한 투로 눈을 맞추며 설명하는 데는 대충 설득당하고 말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은 퉁퉁 불어 있었지만 그래도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닌데, 그래도. 라는 말을 이해했다.

 

아까 백현이 같이 있던 남자는, 굉장한 미남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뻤다.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하얗고 뽀얬다. 한 번 보면 잊히는 얼굴은 아니라서, 실은 종인도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그를 제 방에서, 그것도 변백현의 침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김준면. 석사 1학년이다. 대학원생이라 사실 학부생하고는 별로 접점은 없었는데, 경영학원론 교수님이 못 왔을 때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번 봤다. 강단에 서있어서 그런지 별로 표정이 없었는데,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요목조목 설명을 해주는 게 귀에 쏙쏙 들어와서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들었다. 준면도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아까는 좀 심통이 잔뜩 난 얼굴이라서 의외였다. 여전히 말붙이기 어려운 대학원생 선배 느낌이긴 했는데, 오리엔테이션에서 봤던 것보다는 좀 새침한 느낌이었다.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된 게 여간 맘에 안 드는 게 아니었는지, 예쁜 얼굴 가득 짜증을 부렸다. 정직한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쌍꺼풀진 눈이 세모꼴이 돼서는 말없이 옷을 빠르게 챙겨 입더니 문을 열었다. 백현은 누구한테나 유들유들하고, 너그러운 편이긴 하지만. 뒤통수에 신경질이 가득한 그를 부단히 달래 데리고 나갔다. , 준면아, 김준면.

 

어쩐지, 만나는 사람 없다더니. 그게 남자라서 그런 거였을 줄이야. 근데 이상하게, 생각보다 편견이 생기지 않았다. 변백현이라서 그런가. 좀 시각적으로 충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변백현이 변백현이 아닌 게 되진 않았다. 여전히 편하고, 좋고, 또 괜히 얄밉고. 그랬다.

 

 

 

 

 

8

 

오늘 백현은 동아리 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있어서 공결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 늘 옆자리에 앉았는데 빈 옆자리가 허전하다. 성적이 나왔다. 중간 퀴즈 성적. 1등이었다. 결과지를 받아들자마자 입이 딱 벌어졌다. 우와.... 첨엔 기분이 좋아서 입이 벌어졌는데, 입이 합 다물렸다. 저번에 백현이 시험공부 노트를 빌려준 그 과목이다. 하필. 같이 있었으면 오히려 더 미안했으려나. 맘껏 신나하고 싶은데 괜히 찝찝하고 그랬다. 한동안 손끝을 깨물고 앉아 있다가 자진납세 하기로 했다. 회의 중일텐데, 핸드폰을 볼까.

 

                        ― , 저 고급회계 퀴즈 일등 했어요.

 

답장은 10분 뒤쯤 왔다. 1이 없어졌다 싶을 즘 바로 문장이 떴다.

 

아이고~ 그래쪄?

 

안심을 하게 하는 예상된 반응에 입술을 삐죽이게 된다.

 

장하다. 곰팅. 궁디팡팡.

 

 

마주치자마자 득달같이 물었다.

 

화 안 났어요?”

? 무슨 화가 나?”

 

백현은 진심으로 의문 어린 얼굴이었다. 그런데 종인도 속마음 찝찝한 거 숨기고 에둘러가긴 싫었다. 백현이 별로 신경쓰지 않을 타입인 건 알지만,

 

그냥형이 다 정리해주고 가르쳐준 걸로 한 건데내가 일등해서

 

하고 그제와서 말끝을 흐리니까 그가 피식 웃는다.

 

그래도 형아가 1등하는 데는 지장이 없거든요? 잘했어. 뭐 그런 걸 눈치를 보고 그러냐.”

 

맞다. 백현도 의외로 공부를 꽤 잘한다고 그랬는데. 사실 그래서 찝찝했다. 되게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데, 중간고사 따로 안 볼 거라서, 꽤 반영될 거라고 했는데. 진짜 괜찮나. 하면서 퉁퉁한 입술을 씹고 있자 뺨을 슬쩍 잡아당겨서 입술이 퉁하고 빠졌다.

 

글구 내가 언제 우리 곰팅이한테 화낸 적 있나예쁜 짓만 하는데.”

 

하고 웃는다. 예쁜 짓 한 건 저가 아니다. 백현이었다.

 

착해가지구. 나 진짜 신경 안 쓰는데? 그리고 게시판 좀 보고 다녀라 애기야.”

게시판 왜요.”

보면 알아.”

 

 

 

 

 

9

 

그리고 금방 이유를 알게 됐다.

 

<딘스 리스트>

 

201X1학기 경영대학 성적 우수.

수석 변 백 현

 

201X2학기 경영대학 성적 우수.

수석 변 백 현

 

평소에 남들이 뭐하고 어떻게 사는지 워낙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 들여다본 적도 없었고. 백현이 말해준 적도 없는데. 가방을 메고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습관적으로 그냥 지나쳤다가, ‘게시판 좀 보고 다녀라 애기야.’ 생각이 나서 쪼르륵 게시판 앞으로 가서 섰다. 거기에 눈을 반달로 접고 웃고 있는 변백현의 앳된 증명사진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모야. 1학년 때 사진인가.


―   봤어요.

 

짧게 보낸 세 음절에 연달아 답장이 왔다.

 

브이. 손가락 두 개가 펴진 이모티콘 하나를 덜렁 찍어 보냈다. 종인은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 실실 웃음이 번진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느리게 눌렀다.

 

거봐. 이제 안 미안하지?

형 지금 수업. 끝나고 카톡 할게?

 

이유를 잘 설명할 수가 없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다정한 말투에 조금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10

 

처음으로 맞는 기말고사 기간이 왠지 긴장이 돼서, 열심히 준비하려고 했는데 딱 하나 못 이기겠는 건 잠이다. 같이 공부를 하자고 한 건 저였는데, 밥을 먹고 났더니 잠이 쏟아져서 고개를 꾸벅 몇 번을 떨궜더니 백현이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형은 잠도 없나.... 좀 자. 깨워줄게. 하는 달콤한 유혹에 못 이긴 척 그럼 15분 후에 깨워줘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냉큼 엎드렸다. 그가 알았어, 알았어하는 걸 두 번이나 듣고 잤는데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눈이 스르르 떠졌는데 몽롱해서 엎드린 채로 눈을 빼꼼 들었더니 백현의 집중한 얼굴이 보인다. 조용히 눈을 뜨고 한참을 구경했다. 펜을 쥔 손. 사각거리는 샤프펜 소리. 이럴 땐 좀안 어울리게 멋있다. 그리고 딘스 리스트에도 붙어있다.

 

깼어?”

 

옆얼굴을 구경하던 저와 눈이 자연스레 마주치자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제 스스로 일어나셨지, 이 잠탱이가. 해놓고는, 잘 잤어? 하고 웃는다. 말투가 녹을 것 같다. 녹을 것 같은 말투를 쓴다. 이상한 사람이다. 제게만 그런 게 아니란 걸 확인하면 괜히 서운하고 그 때부터 가슴이 꽉 막힌다. 변백현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형의 애인이 되고 싶은 건, 진짜 아니었는데.

 

준면의 전화를 받는 백현은, ‘, 준면아.’하고 말한다. 형이라고도 하고. 또 가끔은 준면아. 라고도 부른다. 그게 각별한 사이라는 뜻일까. 하지만 그렇게 그를 소모시키거나, 누군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굳이 알게 되지 않았다면, 계속 몰랐을 것도 같았다. 왜냐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잠이 덜 깨 비비적대고 있는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는 손에서 향긋한 비누냄새가 난다. 기분 좋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서 잠이 또 솔솔 올 것도 같다. 항상 궁금했다.

 

형은 근데 왜 담배냄새가 별로 안 나요?”

 

꼭 놀랄 일은 아니고, 해서 안 될 짓도 아닌데 종인은 처음 백현이 흡연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땐 눈이 이만큼 커졌었다. 왜냐하면 한 번도 못 느껴서. 형 담배 폈었어요? 라는 물음에 멋쩍은 얼굴로 어어, 왜 나왔어? 했다. 그렇게나 지겹게 붙어있었는데 몰랐다는 게 더 어이없고 한편 사기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고. 그런데 또 일부러 속인 건 아니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근데 나 왜 몰랐지? 억울해 하며 물었더니 너 있는 데선 안 피니까. 니가 안 피잖아. 해서 그가 정말 저를 어리다고 생각하는구나 하고 또 느꼈다.

 

많이는 안 피니까.”

 

백현에게선 항상 청결한 냄새가 난다.





***

모르고 시작한 사랑에는 약도 없다는데. 큰일났네

애기곰 이제 어떡하지요~

과연 애기곰은 내꺼인지 남의꺼인지 티도 안나는 형을 쟁취할 수 있을까!

두구두구 애기곰의 캠퍼스 연애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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